피아니스트 조성진 리뷰 & 인터뷰

프랑크푸르트 알테오퍼 시즌 2020/21 인터뷰

stella2022 2020. 3. 13. 19:32


교육과 열정

조성진과의 대화

CORINA KOLBE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음악계에서 한결같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은 유명 콩쿨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솔리스트로서 국제적으로 초청받고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서양 클래식 음악의 문화적 뿌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온 촉망받는 음악가이다. 그는 2015년 가장 수준 높은 바르샤바 쇼팽-콩쿨에서 우승하면서 혜성처럼 세상에 등장했고, 201711월 아픈 랑랑을 대신해서 연주한 베를린필과의 데뷔는 그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사이먼 래틀 경의 지휘로 협연한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 역시 알테오퍼의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그리하여 다가올 시즌에 세 가지의 공연에 또다시 초청되었다. 코리나 콜베가 젊은 피아니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의 커리어에 대해, 그리고 유럽과 한국의 음악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6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부모님께서 제게 좋은 취미활동이 될 거라고 생각하셨습니다. 두 분은 전문 음악인은 아니시지만, 음악을 사랑하세요. 9살부터 연습을 진지하게 시작했어요. 집에 어머니가 자주 연주하시는 피아노가 있었고요.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서양 악기를 배우는 일이 흔합니다. 제 친구들도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배웠습니다.


서양의 클래식음악이 당신의 나라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요?

서양음악이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것이 사실이예요. 우리의 고유문화가 굉장히 다른데도 말이죠. 왜 그런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네요. 저는 한국전통음악도 좋아합니다. 전통음악 공연을 자주 듣고 싶지만, 아쉽게도 서양 클래식 음악보다 훨씬 시장이 작아요.

 

당신의 첫 번째 공연을 기억나세요?

그럼요! 10살 때 처음으로 청중들 앞에서 연주했어요. 2005년이었네요. 모차르트 변주곡과 쇼팽, 드뷔시의 어린이 차지”, 바르톡의 루마니아 민속춤곡을 연주했습니다. 바르톡까지 해서 이 작곡가들은 저의 프로그램에 자주 들어갑니다.


어릴 때 어떤 작곡가를 가장 좋아했나요?

모차르트는 처음부터 아주 좋아했고요, 지금까지도 그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과 브람스도 아주 좋아합니다. 어릴 때는 인벤션이나 신포니아 같은 바흐 작품을 많이 연주했어요. 사실 아이들은 바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아이들한테는 다성음악이 너무 어려우니까요. 저는 그런 음악을 즐겨 연주했었는데, 그래서 어쩌면 다른 아이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릴 적부터 어려운 작품에 흥미를 느꼈어요. 바흐 음악은 젊은 피아니스트가 연주 테크닉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빠르거나 크게 연주하는 것 이상의 많은 것에 도움을 줍니다. 바흐의 작품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연주자는 모든 성부를 들어야하고 콘트롤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가 있습니까?

13살 때 서울의 한 상점에서 라두 루프가 연주한 브람스 음반을 발견했어요. 저는 그 때 라두 루프가 누군지 몰랐는데, 순전히 연주자가 브람스랑 너무 닮아서 그 CD를 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인터메초를 들었는데, 그 음색과 템포의 변화들에 매료되어 버리고 말았어요. 그의 연주는 저의 이상향이었고, 그 후로 그는 저의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18살 때 파리에서 그를 개인적으로 알게 되었어요. 그가 저의 멘토라니, 정말 행운이죠.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고, 저는 그의 유머를 좋아합니다. 쇼팽연주자 알프레드 코르토나 에드윈 피셔가 연주한 모차르트와 베토벤 협주곡도 좋아해요. 그렇지만 새 작품을 공부할 때는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지 않습니다. 영향을 받고 싶지 않거든요.


직업으로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한 때는 언제입니까?

어릴 때부터 피아니스트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은 제가 12살이 되어 예술학교에 가겠다고 할 때부터 그 결심을 진지하게 받아주셨습니다. 입학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해야 했어요. 그것을 보시고 부모님은 제 결심이 바뀌지 않으리란 것을 아셨어요.

 

한국의 많은 음악가들이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는 일이 눈에 띄는 데요, 그것은 한국의 교수법과 어느 정도나 관련이 있을까요?

어째서 많은 한국인들이 그런 성공은 거두는지 설명하기 쉽지 않네요. 아마 음악이 우리 피 속에 흐르는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성공은 교육과 열정의 혼합에서 온다고 할 수 있겠죠. 한국의 교육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줍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 속에 내몰립니다. 저는 그런 경쟁적 사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외국으로 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파리에서 저는, 프랑스의 학생들이 우리처럼 많이 연습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들은 훨씬 자유로워요.

 

유럽에서의 어떤 경험이 당신의 음악적 지평을 넓혀주었습니까?

한국에서와는 다르게 유럽에서는 실내악을 많이 연주합니다. 프랑스에 와서야 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법을 배웠어요. 한국에서는 거의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그사이에 저는 실내악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요.

 

2015년 쇼팽콩쿨에서 우승하면서 당신은 하루 아침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죠. 바르샤바에서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그 때 무대공포증이 컸었습니다. 레퍼토리는 어릴 때부터 공부해오던 것이었지만, 단 한 작곡가의 작품들을 매번 더 깊이있게 연주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특히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마지막 라운드 전이 가장 긴장되었어요. 우리는 한번만 맞춰볼 수 있었고, 저는 첫 번째 파이널리스트로 무대에 올라야 했거든요. 이건 유리한 조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201711월 랑랑을 대신해서 베를린필과 데뷔했습니다. 그 때 사이먼 래틀 경의 지휘로 프랑크푸르트 알테오퍼에서 처음 연주하셨죠. 어떤 일이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까?

그것은 제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23살의 나이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죠. 프로그램은 라벨의 G장조 피아노협주곡이었습니다. 베를린에서보다 프랑크푸르트 무대에서 더 편안했어요. 그 오케스트라와 두 번째 공연이었으니까요. 알테오퍼의 피아노는 아주 훌륭했고 어쿠스틱도 매우 좋았어요. 저는 청중들로부터 나오는 에너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후에 앙드레 오로스코-에스트라다가 지휘하는 hr-신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으로 돌아왔죠. 그 공연도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알테오퍼의 2020/2021 시즌에 당신은 3번의 각기 다른 색깔의 연주를 들려주시게 됩니다.

11월에 쇼팽 스케르초 두 곡, op.393번과 op.544번을 연주합니다. 이 곡들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피아니스트에게 쇼팽은 중요한 작곡가입니다. 그가 대부분의 작품을 피아노를 위해서 썼기 때문이죠. 그의 음악은 시적이고, 깊이 있고, 다면적입니다. 그 다양성은 제게 바흐를 떠올리게 합니다. 쇼팽 없이 살 수는 없어요. 나이 들어도 그의 작품을 계속 연주할 겁니다. „Scherzo“익살스럽다는 뜻이지만, 이 음악이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한테는 오히려 블랙코메디를 연상시켜요. 4번째 스케르초의 시작은 유머로 가득 차 있지만, 중간 부분은 아주 멜랑콜리합니다. 저한테 스케르초는 희로애락이 다 담긴 일생으로 다가옵니다.


5월에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연주하시죠.

이 작품은 제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주 낭만적이고 색채가 풍부합니다. 리스트의 첫 번째 피아노협주곡과 비교해서, 이 곡은 실내악적인데요, 호른 솔로와 첼로 솔로도 나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곡을 연주할 날이 기대됩니다.

 

솔리스트로서 당신은 거의 언제나 여행 중이신데요, 어떻게 새로운 레퍼토리 공부할 시간을 내십니까?

언제 연습할 수 있을지 정확히 계획해야 해요.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아시아에서 아메리카로 가는 긴 여정의 경우는 꽤나 힘이 듭니다. 그래서 투어 중에 가능하면 많은 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왔다 갔다 하지 않기 위해서요. 독일에서 연주하는 걸 특히 좋아하는데요, 여기서는 대부분 훌륭한 악기로 연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연주 이외에 여가시간이 있기는 하신가요?

제 인생에서 음악이 가장 중요한 게 사실입니다. 제 시간의 거의 99%를 차지하죠. 자유시간에는 CD를 듣거나 콘서트에 가고요, 그 외에 박물관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오리지널 커피잔을 열심히 수집합니다. 공연 전에는 침착하기 위해 캐모마일차를 마시는 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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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

                           Radu Lupu                                                                       Brah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