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GOLIA '09 ~'11

일기 (5월 15일 ~ 5월 27일)

stella2022 2009. 7. 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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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T 다녀온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일정이 시작되어 모두들 피곤한 모습이다. 학원 선생님들도 그것을 아시고 새로운 진도를 나가기 보다는 복습을 시키시거나 잠시 잠을 자라고 하기도 한다. 1:1 회화시간에도 집중이 되지 않아 한 시간만 공부하고 공기놀이를 했다. 다음 주 금요일에 2차 시험이 있으니 공부를 하긴 해야 하는데.. ^^;

그래도 홈스테이 이후에 듣기능력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김치 담근 날 우리 방, 정주네 방, 권짱네 방이 돈을 모아 김치거리를 사서 동은 언니와 정주가 함께 김치를 담갔다. 지난 번 배추는 속이 안 좋았었는데, 오늘 스카이 백화점에서 산 배추는 쓸만하다. 동은 언니 덕분에 김치를 끊이지 않고 먹고 있다.

 

내일은 코이카 유숙소에서 선배단원과의 만남이 예정되어있다. 김치를 담그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김밥과 오삼불고기를 준비하자고 동은언니가 제안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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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유로운 아침이라 늦잠을 잤다.

 

권짱과 정주가 아침에 장을 봐오고 나서부터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솜씨 없는 나는 설거지 거리가 생기면 설거지나 해다 준다. 동은언니는 어찌나 손이 빠른지, 요리분야의 정주가 도와주기는 했지만 2시간 만에 김밥 20줄과 오삼불고기를 만들어내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 우리는 택시를 타고 유숙소로 갔는데, 숙소에는 선배단원들이 와 있었고 과자며 과일등 다과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김밥과 오삼불고기의 인기를 따라 갈 수는 없었다.

 

선배단원들 중에는 몇 달 후에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단원들도 있고, 한국에 가면 음악을 공부하고 싶다는 단원도 있어서 상담을 하기도 하고, 내가 가게 될 다르항에 대해 좋은 이야기도 듣는 등 좋은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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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돈보스코 수녀님들을 만나 장학금을 기부하려고 한다. 돈보스코 청소년학교의 학생 1명이 교육을 받는데 1년에 20만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동은 언니의 제안으로 우리는 한 명씩 후원하기로 했다. 동은 언니도 몽골에 오기 전에 수녀님께 용돈을 받았다고 하고 나도 신부님께 용돈을 많이 받았으니 얼마는 좋은 일에 쓰련다.

 

그래서 오늘은 주교좌 성당(몽골어 학원이 1층에 있다.)으로 미사를 드리러 갔다. 성당은 건물 2층에 있다. 꽤 큰 공간에 넓직한 의자가 있고 엘리사벳 수녀님이 지휘하는 작은 성가대가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엘리사벳 수녀님은 우리보다 한 달 먼저 오셨는데 몽골어로 성가대를 지도하시려니 참 힘드실 것 같다. 수산나 수녀님이 나보고 엘리사벳 수녀님 좀 많이 도와주라고 하셨는데 다르항으로 가게 되었다니까 진짜 섭섭해하신다.

 

미사는 중국신부님이 몽골어와 영어로 집전하셨다. 몽골 신자들은 많지 않고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노래가사와 기도문을 프로젝터로 쏴주어서 반복되는 부분은 따라 부르기도 한다. 미사 후 중국신부님과 아프리카에서 오신 수사님(미사 때 사용한 음악들을 작곡하셨다고 한다. 정말 아름다운 노래이다.)께 인사를 드리고 커피를 한 잔 신자들과 나눈 후 우리는 수녀님들을 따라 돈보스코 학교로 갔다.

 

수녀님들은 주일마다 주변의 가난한 아이들을 불러 놀아주고 먹을 것을 주신다. 처음에는 몇 명 안 모이던 아이들이, 날씨가 안 좋은 날 먼 곳에 살아서 올 수 없는 날이면 오고 싶어서 울 정도로 좋아하고 있다. 몽골에서는 직접적인 선교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교리공부를 시킬 수는 없고, 이렇게 놀아주면서 인성교육을 하신다고 한다. 색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줄넘기며 공놀이를 하고 수녀님들이 싸 온 소세지를 하나씩 받은 아이들은 맛나게 먹는다.

 

 

 박도미니카 수녀님, 오라토리오 아이들과 함께~

 

 

2까지 함께 놀아주고 수녀님들이 사시는 아파트로 가서 점심식사를 대접받았다. 수녀님들은 국제공동체 소속으로 말레이지아 수녀님, 오스트리아 수녀님과 함께 생활하시는데, 그러다보니 음식을 자유롭게 해 드시지 않는 것 같다. 오랜만에 먹는 된장찌개라고 참 맛있게 드신다. 그래서 동은 언니가 다음 주 토요일에 기숙사로 식사초대를 했다. 맛있는 한국음식을 제대로 해드리고 싶은가 보다.

 

수녀님들께 각자가 준비한 기부금을 드리니 너무 고마워하신다. 오스트리아 수녀님께 자랑까지 하시고~ ^^*

 

다르항에 있는 선배단원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에 다르항으로 오는 신규단원이 없다고 알고 있었다며 반가워한다. 집도 알아봐주고 한국에서 짐이 도착하면 대신 받아놓겠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나도 나중에 후배단원이 오면 그렇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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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몽골전통공연이 무료로 있다고 하여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우리들 몇몇과 선배단원 몇몇이 함께 만났다. 극장으로 들어가 기다리는데 6 공연이 6시 반이 되도록 시작을 않는다. VIP 좌석이 비어있는 것으로 보아 높은 분들이 아직 납시지를 않은 것 같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불만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일이 흔한 일인지..?

 

몽골 전통악기 공연인 줄 알았더니 체코의 한 락 밴드가 나와서 지루한 노래들을 시끄럽게 불러댄다. 머리가 아프다. 공연 중반이 지나서야 몽골 밴드가 등장했다. 드디어 마두금 연주인가 반가운 참에 악기들을 전기와 연결시키는 것을 보고 이것도 전자악기인가 실망스럽다.

 

우와~! 그런데 장난이 아니다. Toll~!!!

기마민족의 자유롭고 힘이 살아있는, 넓은 초원을 달리는 듯한 호방한 음악이다. 마두금을 연주하는 손놀림이며, 흐미(아주 독특한 몽골전통 발성법) 발성으로 부르는, 때로는 랩같기도 하고 새소리 같기도 하고 소름기치기도 하고 사람의 목소리 같지 않은 발성이다.

완전 반해버렸다. 세계적으로 나가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분명 사로잡을 수 있을텐데, 몽골에 이런 음악이 있는 줄 세상 사람들은 모르겠지

기회가 되면 마두금을 배워보고 싶다. 함께 연주하던 첼로 비슷한 악기는 마두금의 변형된 현대악기인지, 전통악기인지 모르겠다. 양금의 매력도 알게 된 날이다.

<알튼 오륵> CD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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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학원에서 우리들을 데리고 울란바토르 외곽의 몽골리안 호텔로 소풍을 나갔다.

멋스러운 몽골 풍의 성채 안에 게르들이 여러 채 있는 건물이다. 처음엔 몽골 전통 궁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독일인이 만든 상업용 호텔이었다. 게르 하나하나가 객실로 꾸며져 있다. 바로 근처에 톨강이 흐르고 나무들도 꽤 보인다. 함께 온 회화선생들은 공을 가지고 와서 배구를 하고 우리들은 사진을 찍고 놀았다.

 

 

호텔 몽골리아에서

 

 

저 게르는 호텔 객실들이다.

 

 

 

소풍 다녀왔다고 무척 피곤하다. 저녁에는 헙드와 초이발산에서 온 선배단원이 식사초대를 받아 온다. 나는 쌀을 씻어 앉히고 손이 잰 동은 언니는 된장찌개며, 강된장, 계란찜, 감자전을 만든다. 한 시간 만에 준비 끝~!

선배단원(군대 대신 복무하는 협력단원)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사과 한 상자를 사왔다. 방마다 몇 개씩 돌리고 저녁식사를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 기숙사가 시설이 열악하긴 한가보다. 자기들 기수가 머물렀던 숙소는 여기보다 훨씬 좋았단다. 인원이 많아 숙소를 여기 밖에 잡을 수가 없었다는데, 우리 기수 인원이 많아 안 좋은 점이다. 또 안 좋은 점은 개성 있는 단원들이 함께 온종일 생활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트러블이 생긴다. 남은 한 달간 별 문제없이 잘 지내기를.

 

컴퓨터 전공인 선배단원들이 노트북 바이러스 백신을 깔아줘서 체크를 마쳤다. 여기 인터넷카페에서 사용한 USB 100% 감염된단다. 감염이 됐을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까지 알려주고 선배단원들은 코이카 유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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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수업을 받고 있는데 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내일 부소장님과 다르항으로 가게 되었다고 준비하란다. 임지로 떠날 때까지 못 가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가서 집까지 알아봐준다고 하니 더욱 안심이다. 부소장님이 함께 가시니까 자동차로 가겠지?

 

다음 주 바트숨베르 요양원에 봉사활동 가서 사물놀이 공연을 하게 된다. 한동안 연습을 못해서 규희만 장구 공연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규희가 다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돈보스코 학교에서 연습할 수 있을지 알아봐달란다. 지난 번에 알아봐줄까 했을 때는 종교적 문제로 싫어하는 것 같더니만

점심 때 도미니카 수녀님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니 주말을 이용해 학교에서 연습할 수 있게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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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 50 코이카 사무소에서 부소장님, 통역해줄 나라, 운전해주시는 바야르를 만나 함께 다르항으로 출발했다. 다르항까지는 도로가 닦여있어서 3시간이면 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길이 고르지 않아서 계속 덜컹거리며 달린다. 멀미하는 사람은 힘들겠다.

 

 다르항 가는 길 - 몽골 하늘은 정말 멋지다!

 

 

11 좀 지나 다르항 도착. 건물이 별로 없고 청명한 하늘과 공기가 첫인상을 산뜻하게 만든다. 

 

 

내가 근무하게 될 학교 어유니 이레뒤(아동미래학교)

 

 

내가 근무하게 될 종합학교 어유니 이레뒤(아동미래학교)에서 가니 교장선생님이 마중을 나와 계신다. 학교는 두 동으로 나뉘어져 한 동은 저학년, 한 동은 고학년이 사용한다. 86개반, 학생 수 2932, 교사 131(음악교사 3), 직원 49명이다. 현재 외국인 교사는 없고 전에 일본 자이카에서 일본어교육으로 10년간 단원을 파견했었고 미국의 피스코와 다른 기관에서 영어교육을 파견했던 학교이다. 시설은 몽골 내에서는 상당히 좋은 편인 것 같다.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있다. 내가 할 수업은 일반 음악교육과 피아노 동아리 지도와 내가 원하는 클래스를 만들어 수업해도 좋단다. 핸드벨 수업을 해도 좋을 것 같고, 첫 학기는 아무래도 말이 잘 안될 테니 한국 가요를 가르쳐도 좋아할 것 같다.

음악실을 둘러보다가 10살 정도 된 듯한 남자아이 하나가 월광소나타를 연습하고 있는 방에 들어갔다. 아동용으로 쉽게 편곡된 곡이었지만 피아노를 단 3개월 배우고 친다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 그 아이는 손님을 위해 이것 저것 외어서 연주를 들려준다. 그 아이를 가르친 음악선생님은 학교 피아노 대회에서 1등한 아이라며 자랑스럽게 그 아이를 소개한다. 몽골 아이들은 음악적 재능이 많은 것 같다. 다들 노래도 잘 부르던데, 넓은 초원에서 가무를 즐기던 민족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 음악선생님은 무용반 지도도 하신단다. 그리고 나이 지긋한 남자 음악선생님(가요반 지도)도 만났는데, 그 분은 교실에 여러 가지 타악기를 직접 만들어 놓으셨다. 쇠파이프, 유리파이프, 판판한 돌 조각 등의 재료로 크기를 달리해서 실로폰처럼 만들어놓으신 악기를 잠깐 연주해 보이셨는데 무척 인상 깊었다. 없는 가운데에서도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수업하시는 것 같다.

 

 

피아노 치는 꼬마

 

 

 

내가 살게 될 집은 학교 기숙사를 무상으로 지원해줄 수 있지만 시설이 열악하단다(, 샤워, 화장실 공동). 그래서 교장선생님과 다른 아파트를 보러 갔으나 아무도 없어서 못 둘러보고 헤어졌다.

 

점심식사는 다르항에 있는 불고기 집에서 선배단원 4분과 함께 했다. 다르항에 한국 음식점이 없었는데 최근 하나가 문을 열었단다. 선배단원이 사는 아파트 3층에 8월에 방이 빈다고 한다. 그래서 6 18일에 다르항에 가게 되면 2개월간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기숙사에서 살다가 그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선배단원들도 나를 반겨주시고 부소장님이 함께 가주셔서 모든 일을 잘 마치고 울란바토르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일 몽골어 2차 시험이다. 오늘은 공부 좀 하고 자야겠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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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험은 쓰기시험만 봤다. 1차 시험에서는 점수와 함께 등수가 매겨져 나와서(코이카 사무소에서 매김) 다들 시험 점수에 꽤나 신경 쓰는 눈치이다. 점수는 다 고만고만한데 등수는 왜 매겨서 안 보이는 경쟁심을 유발시키는지 그래서 더 공부하기 싫고 골찌나 해버릴까 하는 마음이다.

 

그럭저럭 시험을 보고 나서 동은 언니, 명숙, 정주와 함께 스카이 백화점으로 쇼핑을 나갔다. 시험도 끝났으니 오늘 밤은 놀아볼 예정이다. 제육볶음 재료를 사고 보드카 몇 병(!)과 섞어 마실 복숭아 쥬스 등등을 사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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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바트숨베르의 요양원에 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사물놀이 공연도 할 예정이다. 요즘 한동안 학원에서 연습을 못 해서 이번 주말을 이용해 돈보스코 학교의 교실을 빌려 연습을 하기로 했다. 아침 9에 교장신부님(베트남 신부님)을 만나야 해서 주말이지만 늦잠을 포기하고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며칠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해 놓았기 때문인지 감사하게도 폴 신부님께서 직접 교실을 안내해주시고 마실 물도 챙겨주신다.

 

사물놀이를 배우고 싶어서 이 팀에 들었고 공연도 함께 할 생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단원들에게 실망이 들어 함께 공연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어쩌면 코이카에 지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봉사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자기 이력에 도움이 되니까, 혹은 나중에 몽골에서 사업하려고 경험 삼아, 혹은 재미로 지원하는 것 같다. 내일은 연습에 빠지고 수녀님을 도와 이곳 아이들과 놀아야겠다.

 

연습을 마치고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동은 언니, 정주, 정효 그리고 머링호르(마두금) 사는 것을 도와 줄 에버(학원선생님)를 만났다. 에버는 동은 언니의 회화선생이면서 학원장의 어시스턴트인데, 몽골어를 한 마디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하는 모습이 예쁜 25살의 똑똑한 청년이다. 에버의 도움으로 악기를 직접 만들어 파는 악기점에서 좋은 악기를 저렴하게 잘 구입했다. 다르항에 가면 머링호르를 배우려고 한다.

 

동은 언니와 명숙이가 고향식당에서 열무를 잔뜩 사 가지고 와서 오후에는 열무김치를 담갔는데 너무너무 맛있다. 김치도 김치지만, 남은 열무잎파리로 끓여주신 열무된장국이 정말 끝내준다. 동은 언니 덕분에 몽골에 와서 너무 잘 먹고 있다. ^^

 

내일은 몽골 대통령 선거일이다. 선거 후에 데모가 있을지도 모른단다. 만일을 대비해 비상식량을 사두라고 사무소에서 지침이 내려왔다.   

 

한국으로부터의 소식은 너무 충격적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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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후 돈보스코 학교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나서 수녀님들과 점심을 함께 하자는 동은 언니의 제안으로 우리는 아침부터 주먹밥과 잡채를 만들었다(물론 나는 설거지만 했다. ㅋㅋ ^^;). 어제 담은 열무김치와 열무된장국을 다 마신 주스팩에 담아 밀봉하는 동은 언니의 쎈스~! 재활용의 여왕이다. ㅎㅎ ^^

 

음식을 하느라 미사 시간에 조금 늦을 것 같고 짐도 많아서 택시를 타고 주교좌 성당으로 향했다. 주교좌 성당에서의 두 번째 미사라고, 노래도 조금은 친숙한 것 같아 따라 부르기도 하며 미사를 드렸다. 수녀님들은 우리가 싸 온 음식을 보고 감탄하시며 좋아하신다.

 

오늘은 색종이에 아이들의 꿈을 쓰라고 해서 풍선에 그 색종이를 넣어 불기도 하고, 밖에 나가 줄넘기와 공놀이를 하기도 하며, 수녀님께서 아이들에게 주려고 사 오신 빵을 하나씩 나누어 주는 것으로 아이들과의 놀이를 마쳤다. 사물놀이 팀이 연습을 하는 사이 우리는 다른 교실에서 싸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수녀님께 좋은 말씀을 들었다. 도미니카 수녀님은 6월 초에 한국에 다녀오실 예정이라며 한국에 가면 우리들 집에 연락을 하시겠다고 집 전화번호와 엄마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신다.

 

돌아오는 길에 수녀님께서 차 한잔 마시고 가라고 초대해 주셔서 노 도미니카 수녀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맛있는 카푸치노를 마셨다. 수녀님 댁에서 5분 거리의 우리 기숙사로 오는 길에 비상식량을 샀다. 오늘 몽골 대통령 선거일이라 내일부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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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렸다. 여기 날씨는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아침에 추워서 코트 입고 나오면 오후에는 한 여름 날씨다. 그리곤 다음 날 눈이 온다. 요즘은 아예 코트를 입고 나온다. 더우면 벗으면 되니까.

간호사인 동은 언니가 약을 챙겨 먹이고 꿀물을 타준다. 처음엔 매사에 가르치려고 하셔서 좀 피곤하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언니 성격도 알겠고 룸메이트를 참 잘 만났다 생각한다.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언니는 모르는 분야가 없다. 아마 우리 언니처럼 한 번 들은 거, 경험 한 거를 잘 기억하는 성품인 것 같다. ㅎㅎ ^^

 

어제 몽골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오늘 데모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는데 아직까지는 다행히 별 일이 없다. 학원 끝나고 오는 길에 보니 수흐바타르 광장에 몽골 깃발 들고 있는 사람들이 꽤 모여 있는 것을 봤다. 현 대통령이 몽골 최고 부자라던데 아마 이번에도 당선될 것이다. 그럼 12년째란다. 개도국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가 보다.

 

저녁에 집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백내장과 녹내장 수술을 받으셨다. 녹내장은 자칫 실명으로까지 갈 수 있다던데 수술이 잘되고 회복이 되었다고 하니 안심이다. 2년 후에 만날 때  엄마가 늙지 않고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5 26()

 

어제 약을 먹고 일찍 잤더니 오늘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 어제 밤에는 폭죽 소리가 요란했었다. 아마 자기들이 원하는 대통령이 당선되었나 보다. 학원 선생들 말로는 5일 후에나 결과를 알 수 있다던데.

 

큰오빠 친구인 김동해 의사선생님이 설립한 비젼케어(NGO)는 여러 가난한 나라에서 무료개안수술을 하고 있다. 몽골에서도 연세친선병원과 5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자선음악회도 개최하고자 한단다. 마침 내가 몽골에 코이카 단원으로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도움을 요청하셨다. 그래서 수업 후에 코이카 사무소에 들러 상의했으나 그다지 긍정적인 답을 듣지 못했다. 우선 6월에 음악회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너무 없고, 이 기간에는 방학이라 함께 공연했으면 하는 몽골예술대학의 교수진이나 학생들은 고향에 가거나 여행을 가고 울란바토르에 없다고 한다. 이러 저러한 상황을 비젼케어 측에 메일로 적어 보냈다. 별로 도움을 드리지 못해 미안하다.

 

사무소에 온 김에 다르항으로 이사하는 문제며 주거지에 대한 상의를 드렸다. 8월에 선배단원들이 사는 곳에 아파트가 하나 비는데, 6 18일에 다르항에 가면 그때까지 2개월 동안 한국 수녀님들이 머무시는 곳에서 살면 안되겠느냐, 지원되는 주거비를 사용해도 되느냐 문의하니, 되기는 하지만 서류상 절차가 좀 복잡하단다(공무원 사회..). 복잡하더라도 된다니까 다행이다. 다르항의 학교에서 지원해준다는 기숙사는 물과 화장실, 샤워실을 공동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조금 걱정이었는데(독일에서는 기숙사가 깨끗해서 괜찮았지만..).

 

기숙사에 돌아와 보니 동은 언니와 정주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계란말이, 파무침, 어제 먹다 남은 오징어볶음과 두부조림, 아침에 한 미역국, 갓김치, ~ 진수성찬이다! 그리고는 파김치까지 담그셨다. 요리분야의 정주가 우리 방에서 밥을 함께 먹고부터 반찬이 더 다양해졌다. 나만 좋지 뭐~ ^^*    

  

5 27(미션 수행의 날

 

오늘은 몽골어 수업이 없고, 제비뽑기로 3명씩 짝을 이루어 각 조별로 사무소에서 준 미션을 수행하는 날이다. 어떤 조는 은행으로(통장 만들기), 어떤 조는 병원으로, 어떤 조는 우체국으로 가서 우리들이 살면서 필요한 일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조사해온다. 우리 조는 버스터미널로 가서 헙드, 바가노르, 다르항 등으로 가는 버스와 택시 편, 시간과 요금을 알아보는 미션이다.

 

우리는 헙드에서 출장 나온 선배단원의 도움으로 드래곤 버스터미널과 울란바토르 기차역 근처의 또 다른 터미널에 가서 조사를 마치고 점심 전에 기숙사로 돌아왔다.

 

지금 동은 언니와 정주가 일찍 미션을 마치고 장을 봐와서 국수를 해먹으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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