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 리뷰 & 인터뷰

베를린필 인터뷰 2024.04.23

stella2022 2024. 4. 24. 18:15

평생의 여정 

조성진 인터뷰

Tobias Möller

 

Pianist Seong-Jin Cho | Picture: Stefan Höderath

 

 

전설적인 콩쿨인 쇼팽콩쿨의 우승자이자 (사이먼 래틀에 의하면) '피아노의 시인'인 조성진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현재 2024/25 시즌 동안 상주 예술가로 베를린 필하모닉과 동행하고 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여러분은 마이크가 어떻게 그를 긴장하게 만드는지와 피아니스트의 임무는 절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 피아노 소리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성진씨, 우리 잡지 Phil에서는 정기적으로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에게 음악가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했을지 물어봅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어려운 질문이네요. 진로가 달랐더라도 아마 손으로 하는 일을 선택했을 거예요. 저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입니다. 아마 일반의사나 외과의사가 되었을 것 같아요.

 

음악가로서의 또 다른 직업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저는 6년 동안 취미로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한국에 있는 바이올린 선생님이 제가 그 길을 가도록 정말 격려해 주셨어요. 당시 피아노와 바이올린 부문의 콩쿨이 있었어요. 두 악기 모두 출전해 바이올린은 3위를 했고, 피아노는 떨어졌죠. 하지만 저는 항상 피아노가 더 편했고, 바이올린보다 긴 시간 연습하는 게 쉬웠어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피아노를 선택하셨군요?

 

피아노가 항상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말한다면 그건 아마 거짓말이겠죠. 제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시작했을 때 겨우 여섯 살이었거든요. 사실 저는 부모님 때문에 피아노를 시작하게 됐어요. 한국에서는 악기를 배우는 것이 흔한 일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운동이나 그림 그리기 등 다른 것도 했었지만 제가 정말 좋아했던 것은 클래식 음악뿐이었습니다. 물론 연습이 아니라 연주하고 공연하고 감상하기요. 전문 음악가, 무엇보다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점점 커졌습니다. 비록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지만요.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영상을 보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의 교육은 어떠했나요?

 

매우 경쟁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성공하고 싶어하는 음악가가 엄청나게 많았거든요. 저는 서울예고에 다녔는데, 같은 반에 약 50명의 피아노과 학생이 있었어요. 다들 저보다 많이 연습했어요 - 적어도 하루에 3~4시간씩. 저는 이런 야망을 절대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제 모습이 만들어지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더 커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남들과 경쟁하는 걸 싫어하지만, 이렇게 열정적인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영감을 받을 수 있어요.

 

앞서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것이 당신의 감정 전달방식인가요?

 

제가 좀 수줍음이 많은 사람인 것은 사실입니다. 제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무대에서 마이크를 들고 청중들에게 말하려고 하면 긴장이 됩니다. 그런데 피아노를 칠 때는 마음이 편해지고, 제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청중과의 음악적 소통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요?

 

저는 청중보다는 작곡가에게 조금 더 마음을 씁니다. 자기중심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작곡가와 그의 음악, 그의 언어와 그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믿습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 모든 것을 청중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한 전략이 있나요?

 

긴 과정이 필요합니다. 먼저 악보를 집중적으로 익히고 나서, 작곡가나 작품의 배경을 공부합니다. 베토벤 소나타나 협주곡 한 곡을 연주하는 데에 엄청나게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제 해석은 해마다 바뀌어요. 그것이 음악가로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해석과 나만의 목소리를 찾는 평생의 여정이에요

조성진

 

The hands of pianist Seong-Jin Cho. | Picture: Stefan Höderath

 

 

해석의 지속적인 변화에 대해 예를 들어 주신다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이야기해볼게요. 20253월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연주하게 되는데요, 열 네살 때부터 이 곡을 연주했으니 15~16년 정도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이 곡의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표현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차원이 있다고 느낍니다. 이 음악은 불타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서정적이고 깊고 넓습니다. 그에 따라 제 접근 방식이 바뀝니다. 그리고 10년이나 20년 후에는 아마도 또 다르게 연주하게 되겠죠. 이것은 모두 나만의 해석과 나만의 목소리를 찾는 평생의 여정이 될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놀랄 것 같아요: 당신은 쇼팽 콩쿨에서 우승하고 주요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지만 - 여전히 더 나아가고 싶어합니다. 이 여행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 예술적 비전이 있나요?

 

피아니스트마다 자신만의 소리가 있습니다. 베이스 음성이 쉽게 테너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소리를 바꾸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것은 평생에 걸친 여정 같아요. 이 직업에 최종적 성취란 없습니다. 콩쿨에서 우승하거나 유명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그리고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 예술가가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진짜 목표는 음악적 깊이에 있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 자신만의 소리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기술적 측면에서 무엇을 의미하나요? 어떻게 하시나요?

 

설명하기 어렵네요. 모든 콘서트는 이전의 공연과 다르고, 그래서 음악을 만드는 일이 흥미로워진다는 게 기본이 되겠죠. 피아니스트의 전체적인 소리는 - 사람의 얼굴처럼 변하는 것 같아요.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다가 거울을 보면 갑자기 얼굴이 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법처럼 들리겠지만 피아노 소리에는 마법 같은 뭔가가 있습니다. 어떤 인공지능도 이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음악적 발전을 생각할 때 레퍼토리에 대한 계획도 가지고 있나요?

 

저는 십대 때부터 많은 훌륭한 음악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행운아입니다. 그분들은 모두 »40세가 되기 전에 새로운 작품을 배워라, 40세가 넘으면 새로운 작품을 배우기가 어려워진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그래서 17살 때 40살이 되기 전에 배우고 싶은 레퍼토리를 다 적어놨어요. 아직도 그 노트를 가지고 있어요. 이제 30이 되었는데 절반 정도는 이룬 것 같아요.

 

놀라운 훈련방식이군요.

 

언어를 배울 때처럼, 어릴 때 배우는 편이 훨씬 쉽죠. 그렇지만 어떤 곡을 먼저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베토벤과 브람스를 연주하고 싶고, 라벨의 피아노 전곡을 항상 연주하고 싶었는데, 이곳 베를린에서 연주하게 되었어요. 피아노곡들이 많아서 피아니스트는 정말 행운이에요.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예술가로 활동하는 동안 우리는 당신의 현재 중점 레퍼토리에 대해 경험하게 될텐데요, 예를 들어 브람스, 리게티, 바르토크가 함께하는 일종의 헝가리 실내악의 밤이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무엇보다 제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어서 제게는 천국 같았어요. 당신이 언급한 실내악의 밤은 실제로 헝가리 음악 스타일의 파노라마를 의도한 것입니다. 브람스는 그의 헝가리 무곡에서 명확하게 보여주듯이, 헝가리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브람스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데, 제가 선택한 클라리넷 트리오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현악기하고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이올린, 호른, 피아노를 위한 리게티 작품도 흥미진진한 악기 편성을 갖고 있으며 완벽하게 들어맞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19살 때 파리에서 공부하던 중 만난 바르토크 5중주가 있습니다. 이 곡은 자주 연주되지 않고 전형적인 바르토크처럼 들리지도 않는 아주 초기 작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바르토크의 음악적 미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청중들이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당신은 또 다른 특이한 프로젝트를 언급했습니다. 라벨의 피아노 작품 전곡을 연주하는 밤입니다. 정말 대담한 계획인데요?

 

그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확실히 힘든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두 번의 휴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항상 이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2025년은 라벨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여서 기념하기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라벨은 다소 거리가 멀고 심지어 수수께끼 같은 성격을 가졌습니다. 그의 피아노 음악 전곡 연주가 우리를 라벨이라는 사람과 더 가깝게 만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벨은 완벽주의자였던 것 같아요. 그의 음악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낭만주의적인 드뷔시의 음악과는 어떤 면에서 매우 다릅니다. 라벨은 매우 명확한 생각을 가진 예리한 사상가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음악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색채가 있습니다. 그의 피아노 음악에 종종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음악이기도 할까요? 아니면 감정과 완벽함은 상호 배타적인가요?

 

여러 면에서 감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할 때, 내 앞에서 큰 소리로 우는 사람이 보입니다. 브람스는, 특히 그의 후기 작품을 연주할 때면 그 사람이 너무 슬프고 우울하다는 느낌마저 들어요. 하지만 그는 울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내향적입니다. 그리고 라벨의 음악도 제게 매우 감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서 저는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고인 사람을 상상합니다. 우리 삶에는 수많은 종류의 감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상주기간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과 연주하게 될 두 개의 독주 협주곡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표현 면에서 이보다 더 대조적일 수는 없습니다. 바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입니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가장 연주하고 싶은 협주곡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독일 레퍼토리의 작품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10대 때부터 연주해 왔던 베토벤 협주곡을 생각했고, 베를린 필하모닉은 분명 훌륭하게 연주할 것이고요. 다른 한편으로 제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좋아하는 점은 냉소적인 부분입니다. 저는 블랙유머나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데, 친구들도 제 성격이 다소 냉소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블랙 유머뿐 아니라 서정적인 깊이도 가지고 있습니다.

 

피아노와 트럼펫을 위한 이중 협주곡이라는 점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합니까?

 

기욤 옐 [베를린 필하모닉의 트럼펫 수석]이 우리 연주에서 트럼펫 부분을 연주할 것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첫 투어부터 그를 알고 있었고, 그와 함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을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첫 만남을 말씀하시는군요. 2017년에 당신이 랑랑을 대신했을 때죠. 처음에는 베를린에서, 그다음에는 사이먼 래틀의 마지막 아시아 투어에서요. 202311월에는 서울에서 키릴 페트렌코 지휘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셨는데요. 이 기간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했나요?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졌어요. 제가 데뷔했을 때 저는 23세였고 베를린으로 막 이사한 상태였어요. 매우 긴장했고 살롱드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알게 된 카시모토 다이신과 에마누엘 파후드를 제외하고는 오케스트라에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첫 투어를 통해 가까워졌는데, 정말 즐거웠습니다. 2020년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안드리스 넬슨스와 관객 없이 공동 온라인 콘서트를 열었는데, 그것은 제게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마에스트로 페트렌코와 함께 한국에서 게스트 공연을 했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저는 이 오케스트라에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고, 6년 전보다 지금 이 오케스트라에 훨씬 더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들은 모두 훌륭한 음악가이고 훌륭한 사람들이예요.

 

 

https://www.berliner-philharmoniker.de/en/stories/seong-jin-cho-interview/

 

Interview with pianist Seong-Jin Cho

In this interview, you can find out how microphones make him nervous, that a pianist’s work is never done, and why the sound of the piano cannot be replaced by artificial intelligence.

www.berliner-philharmoniker.de

 

https://youtu.be/AXFXtzpJ6Oc?si=SlTcvQXImLCq8DWs